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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다행이다..

소설에 연연하지 않고 영화를 볼 수 있어서..

나에게 있어서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하 '우행시')은 두번의 감동이다. 공지영의 글로 한번, 송해성의 스크린으로 한번,, 사실 처음부터 두 가지의 이야기를 따로 떼어 볼 수 있는 시각을 갖지는 못했었다. 원작을 영화화 한 작품들을 대하는 태도가 대부분이 그렇듯,, 원작을 어떻게 재현해 내었을까에 늘 초점이 맞춰지는 법이니까..

첫 장면부터, '아, 저건 무슨 장면이다', '아 저기서 쟤가 저런 대사를 하지' 등의 스토리 라인을 먼저 앞서가는 묘미를 마악 즐기려 하던 나는,, 어느 순간부터 나의 활발한 말초신경이 조용히 멈추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어느 장면이었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냥 어느 순간 그렇게 숨을 죽인 채 영화에 빠져 들었다.

 강동원과 이나영의 이미지가 워낙 순수 청명 그 자체라, 왠지 윤수와 유정으로는 맞지 않는다고,, 처음부터 왠지 송해성 감독이 캐스팅에 있어서는 살짝 실수한 게 아닌가 했었다. 나의 이런 의심을 비웃기라도 하듯, 그들은 너무도 윤수와 유정이 되어 있었다.

CF의 청초하기만 한 이나영은 사실 유정의 캐릭터를 설명하기에 충분했다. 유복한 환경에서 두려울 게 없이 자란 소녀 유정.. 그녀의 사춘기 시절에 찾아온 평생 지우지 못할 상처로 인해 인간에 대한 불신을 만들고, 세상과 차단한 채, 아침에 큰 태양을 바라보는 자체가 두려운 성인으로 자라난다.

그녀의 상처는 직접적인 공격을 가한 수컷이 아니라, 그 상처를 외면해버린 엄마와 가족들이다. 자기 살기 바쁜 가족들의 외면만 아니었다면, 유정은 CF스타처럼 그렇게 하얗게만 자랐을지도 모른다. 세상에서 가장 힘든 표정을 가질 수 밖에 없던 그녀에게 단 잠을 선물해준 이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윤수다.

강동원은 윤수의 연기를 하면서 사실 사투리를 쓰고 싶지 않았다고 한다. 고향이 부산인 그는 경상도 사투리가 너무도 자연스럽지만, 사실 티비에서 나오는 경상도 사투리는 꾸며진 거라, 많은 사람들이 꾸며진 부자연스러운 사투리에 더 익숙해 할것이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천상 미소년의 외모를 한 채, 남들 다 가진 제대로 된 가족 하나 없이 지독한 환경만을 탓하며 자라온 윤수.. 그는 단 하나의 피붙이인 동생마저 잃고 나자,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몸부림을 치며 하루하루를 살아왔다. 단지 평범하게만 살고 싶었을 뿐인데, 그를 둘러싼 환경은 그를 이리저리 둘러매치고는 결국 '사형수'라는 명찰까지 달게 만들었다. 아침이 너무 두려워서 빨리 죽고만 싶었던 그는 유정과의 만남으로 인해서 살고 싶어졌다. 그가 가진 미소년의 아름다운 미소가 눈 처럼 하얗게 사람들에게 뿌려댈 수 있게 된 것이다.

강동원과 이나영이 제대로 윤수와 유정이 되어 있을 때, 나 또한 그들과 하나가 되고 있었다. 유정이 엄마 병실에서 울면서 용서한다고 할때, 나도 바들바들 떨며 눈물을 쥐어짜고 있었으며, 윤수가 눈을 치우다 말고 죄수들과 뒤엉켜 하얀 눈 속에서 하얗게 웃을 때, 내 마음 한 가득 아이가 들어왔다.

참으로 감사한다. 송해성 감독에게.. <파이란> 이후, 또 한번, 켜켜이 쌓여서 흔적 조차 없던 나의 센티맨탈리즘을 끄집어 내주어서.. 그렇게 윤수와 유정과 함께 보낸 2시간은 나에게 있어서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다.

P.S. '오다기리 조' 가 부럽지 않았다. 우리 이런 배우들이 있으니.. 우리도 얼마나 멋진 청춘 영화를 만들 수 있는지 큰 소리 칠 수 있어서 너무 좋다. 송해성 감독이 <조제, 호랑이...>나 <메종 드 히미코>, <유레루> 등의 일본 청춘 영화들처럼 세계로 뻗어나가서 많은 매니아 층을 형성했으면 좋겠다. 좋은 영화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Posted by 풀빛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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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리수, 연예인처럼 이쁜 외모, 날렵한 몸매, 짙은 화장, 짧은 치마, 태국? ...


우리가 '트렌스젠더' 하면 딱 떠오르는 단어들은 대충 이런 것들일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의 주인공 '오동구'는 이 중 어느 하나도 해당되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아직 대한민국 이라는 나라에서 사회적으로 공론화 되어 있지 못한 '트렌스젠더'의 이야기 치고는, 딱히 거부감이 없다. 

이 사진 속의 친숙하디 친숙한 외모와 뚱뚱한 외모의 소유자 동구는 마돈나가 되고 싶어, 아니, 그냥 살고 싶어서 학교 수업을 땡땡이 치면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오로지 장학금 때문에 관심도 없던 '온리 남성용 운동'인 씨름판에 뛰어든다. 아버지의 폭행에도, 재수없던 그 쌍둥이의 행폐에도, 짝사랑 하던 선생님에게서 '변태'라는 소리를 듣더라도, 살고 싶은 그의 욕망은 결코 꺾을 수 없다.

 남자 고등학교에서 남자 교복을 입는 그가 짝사랑에 상처받고 두꺼운 손으로 립스틱을 바르는 장면은 웃기다기 보다는 가슴이 저민다. 하이힐과 스타킹을 따라 무언가에 끌리듯 몸을 일으키는 그는 천상 여자다. 자신의 정체성과 너무도 이질적인 외부 환경이 낯설고 힘들기도 했을 텐데, 자신의 상태를 괴로워하는 장면 따위는 전혀 없다.

나는 이미 여자이지만, 사람들이 몰라주니, 알게 해주는 방법을 찾을 뿐이다. 이미 나는 있는 그대로의 '나'이며, 누구도 '내'가 아니라고 말할 자격은 없다. 이 놀라운 자애심은  꽉 막힌 선배의 마음을 뚫어뻥으로 한방 날려버리며, 무자비한 아버지를 철들게 한다. 그의 열정에 웃고, 울고 하다 보니, 어느새 엔딩 크레딧이었다.

'동구는.. 최소한 자신을 미워하지 않아..'

'동구야, 앞으로 더 힘들텐데 괜찮겠니? 그렇담, 엄마가 다 이해해줄게.. '

밥을 먹다말고 덩치만큼 굵은 눈물방울 뚝뚝 흘리며 고개를 끄덕이던 동구와 그런 아들을 바라보는 엄마와의 대화장면.. 가장 압권이다! 단지 살고싶을 뿐인 그에게 이처럼 힘이 되는 말이 어디 있겠는가. 못생기면 어떻고, 남들이 뭐라 그러면 어떠냐고.. 적어도 내가 편하게 숨쉬고 살 수 있다면,, 그 보다 더 행복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행복은 가슴이 쿵쾅거리는 거'라잖아.. 그렇게만 살 수 있다면, 어떤 상황인들 극복하지 못하리오.

우리들 속에 있는 '오동구'를 용기 있게 끄집어 내게 만드는 힘있는 영화.

'.... 행복이 뭔지 아나? 행복은... 가슴이 쿵쾅쿵쾅 거리는거야..(백윤식-씨름부 감독역.)'


Posted by 풀빛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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